통계학의 피카소는 누구일까? - David Salsburg 책 리뷰

최근 통계학의 역사에 관한 호기심으로 인해 관련 서적들을 몇 권 읽었다. 그 중 이 책은 20세기의 통계학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칼 피어슨으로부터 시작해 고셋, 피셔, 네이만, 이곤 피어슨, 콜모고로프, 박스, 콕스, 튜키 등 많은 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특히 의도적으로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통계학이 "통계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은 기계론적 세계관(F=ma같은 방정식으로 실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에 기초했던 19세기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때문이었다. 가령 예를 들어 19세기의 천문학자들은 행성의 실제 위치와 예상 위치의 차이를 대기의 불안정에 의한 것이거나 인간의 실수로 인해 생기는 측정오차로 생각했다. 라플라스는 모든 오차를 오차함수라는 하나의 항으로 통합한 다음 수식에 추가하곤 했다. 측정이 정확해지면 오차함수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정밀한 관측도구를 도입해도 측정오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에 통계 모형이 도입되었다. 통계역학과 양자역학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통계학은 20세기에 더욱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독립된 학문 분야로 자리잡아갔다. (세계 최초의 통계학과가 설립된 것도 20세기 초의 일이다.) 

특히 20세기의 통계학이 수리통계학의 형태로 어린 학생들에게 소개되는 것은 피셔의 공이 매우 크다. 칼 피어슨의 뒷 세대이고 예르지 네이만과 이곤 피어슨의 앞 세대인 이 위대한 천재는 ANOVA, 자유도(Degree of Freedom), 통계량(Statistic), 비편향(Unbiased), 최대가능도(MLE), p-value 등 현대 통계학에서 사용하는 많은 개념들을 생각해냈다. 이 책의 원제인 "Lady tasting tea"도 이 위대한 통계학자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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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말 어느 여름 오후 영국 캠프리지에 대학교수 몇 명이 부인들과 함께 야외 테이블에 둘러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중략) 그 때 한 여성이 차에 우유를 따르느냐 우유에 차를 따르느냐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몇몇 과학자들조차 이 여성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면서 비웃었다. (중략) 그 때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수염 끝을 뾰족하게 한 반다이크 수염을 하고 두꺼운 안경을 걸친 마르고 키 작은 남자가 한마디 했다. " 그 말이 맞는지 어디 한 번 검증해 봅시다." 그러고는 차를 먼저 따른 찻잔과 우유를 먼저 따른 찻잔을 그녀에게 맛보게 하는 실험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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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확률론 책을 읽으면서 보았던 반가운(?) 이름도 이 책에 등장한다. 소련의 수학자 콜모고로프는 수리통계학과 확률론 분야에 매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오늘날 사용하는 확률의 공리는 콜모고로프의 손에서 태어난 것이다. 또한 확률과정도 콜모고로프의 연구에서 발전했다고 한다. 말년에는 "실세계에서 확률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그 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각계각처에 큰 영향을 미친 통계학도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고셋의 연구는 기네스 맥주의 품질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뉴딜정책 초기에 정부 부처로 몰려들었던 이들의 노력은 오늘날 경제지표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데밍은 일본에 통계적 품질관리기법을 전수해 일본의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이 책은 통계학의 학문적인 부분만 아니라 실제 적용까지 다양한 것을 소개하고 있다. 통계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정도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강의 교재 속 정리에 붙어 있는 이름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 :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barcode=9788973388547
아마존(원서) : http://www.amazon.com/The-Lady-Tasting-Tea-Revolutionized/dp/0805071342